1.1 떠나기 전 회사 사람들에게 #
6월 23일 토요일에 여행을 갑니다. 프랑스에 가서 선배를 만나고 선배집에 열흘정도 머물다 올 예정입니다.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어떤 나라를 갈까, 어디를 둘러볼까, 무엇을 살까, 무엇을 느끼고 올까. 아무것도. 그냥 6월 23일에 떠나서 7월 6일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사촌형 결혼식에 가고 그 다음주부터 엠에이에 출근한는 것이 계획의 전부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 6월까지 케이엠에스랩를 지원하면서 이것 저것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회사설립과정에서 부터 회사의 사업 기본틀이 만들어지면서 프로젝트 수행까지. 그 일들이 너무나 잡다해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물어 본다면 주절주절 나열할 수 밖에 없네요. 이러저러다 보니 훌쩍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치루다 보니 그 시간들이 지나버렸네요.
지금 케이엠에스라는 한 조직을 떠나 다시 이전 조직으로 돌아오는 시점입니다. IT관련된 일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 일을 하고 난 뒤 다 싫어진 느낌입니다. 케이엠에스랩에서 1여년이란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는 생각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케이엠에스랩은 나와 다른 조직이면서 제가 처음부터 일궈왔던 곳이라, 현시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허전함과 애매모호한 기분까지.
케이엠에스랩은 나와 다른 조직이면서 제가 처음부터 일궈왔던 곳이라, 현시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허전함과 애매모호한 기분까지.
엠에이에 와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 새로운 얼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막연합니다. 엠에이에서는 제가 인사이더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1999년 엠에이에 몸담으면서 엠에이 사무실에 있어 본지 두어달이 채 안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전부터 알고 있고 저를 알고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허전함과 애매함과 당장의 여행 계획이 막막한 것에는 2주전에 있었던 일이 그 원인이기도 합니다.
... 계단을 몇층 걸어 내려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계속 걸었습니다. 길에 불밝히고 있는 택시는 더러 보였지만 굳이 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혼란스러우면서도 약간의 설레임이 담긴 순간들을 택시속에 창문에서 불어 오는 바람처럼 흩날려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전철역이 있는 방향으로 걷고 걸었습니다.
오래전에 전 한사람에게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굳이 2년 반전의 제 자신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1.2 6월 23일 (토) GMT+9 #
두시 넘도록 길고 긴 편지를 썼다. 오래간만에 쓰는 편지라 앞뒤 없는 글이 되어 버렸다. 편지가 보내기 두렵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보내버렸다. 세시가 넘어 잠들다.
시계를 맞추었건만, 알람 시간보다 더 일찍 여섯시에 깨어났다. 내 의식속에 숨어 있던 긴장은 이런 순간에서나 발휘한다. 정말 싫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토요일 출근 시간, 빗길, 버스 출발 간격을 생각해서 김포공항으로 전철을 타고 신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불과 40분 거리의 공항 가고 오고 가는 길에 너무 많은 돈이 뿌려진다.
공항에 도착하니 겨우 아홉시를 넘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12시 40분, Air France의 출국 수속은 9시 30분이 되어서야 시작된다고 한다.
잠시 쉴겸 다이너스 클럽 라운지로 발길을 돌렸다. 커피 한잔을 담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확인했다. 규동이 형 편지가 왔다. 집까지 오는 상세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10시에 출국심사를 마쳤다. 내가 면세점에서 내가 사야할 물품은 카메라, 필름, 화장품(?), Dual Time Watch 이다. 케녹스 120N과 필름을 샀다. 시계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화장품은 ... 겔랑? 무척 비싸다. 아마 프랑스에서는 더 싸겠지. 여행의 최소 목적을 정했다. 그래 파리다. 그냥 파리의 생활을 보고 싶다.
Air France 2??. 꽉 찼다. 승무원은 모두 불어만 한다. 영어는 대충 알아 듣는 듯하다. 이런 ...
비행기는 중국 영토를 지나다. 눈을 떠 보니 울란 바토르, 어느덧 우랄 산맥을 넘고 있다. 핀란드 근처를 거쳐 파리에 다가 선다.
도착했다. 샤를 드 골 공항. A 지점. 전화 카드를 구입해서 규동이 형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RER B를 탈 차례다. 표주박 처럼 생긴 길을 따라 걷다가 TGV와 RER B를 탈 수 있는 터미널로 왔다.
매표원은 영어로 이야기를 듣고 불어로 얘기를 한다. 그냥 아는 척 할 수 밖에 없다.
RER B를 타고 파리로 서서히 들어간다. 기차길 옆에 보이는 그래피티 ...
내 앞에 15세 전후의 스페인 계열 여자애, 그 또래의 흑인 남자애. 어려 유치해 보이는 듯한 두 녀석이 다른이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애정 표현을 한다. 내 옆에 앉은 할아버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Laplace 에 도착했다. Dr Durand 48 번지 건물 E ... 48번지는 보여도 Batimet E의 입구를 찾을 수 없다. 이런 A~D는 보이는데 왜 E는 ... 건물 주위를 한바퀴 돌고서야 겨우 48번지 입구로 들어가 B't E를 찾았다.
건물 복도는 왜 이렇게 컴컴한가. 라이터 없는 놈은 어떻게 하라고 ... 젠장 ... 벨같은 버튼을 누르니 복도 전체에 불이 켜진다.
드디서 규동이형을 만났다. 특별식으로 연어 회 덮밥을 ... 배부른데 먹는다.
집이 무척이나 좋다. 27평이나 되는 너른 집에 방이 세개이다. 가난한 고학생의 좁은 아파트를 생각했더니 이건 초호화판이다. 아마 규동이형이 대학들어온 이후 가장 큰집일거다.
저녁을 먹고 테라스에서 홍차와 과일을 먹는다. 파리의 여름 낮은 너무나 길다. 10시 넘어야 해가 진다.
낯선 표지판, 낯선 차, 낯선 얼굴, 낯선 건물 이 몇가지를 제외하면 이국땅에 온 느낌이 없다. 그냥 약간 다른 동네에 온 기분이다. 인터나찌오날할 성향 때문인가.
아마 12시가 넘어서 잤을 것이다. 시계는 12시 45분을 가르키고 있지만 아침에 깨어났을 때도 그 시간이 었다.
1.3 6.24 (GMT+2 파리 현지 시간) #
어제와 같은 시간을 알리고 있는 시계 노트북을 켜서 시간을 확인한다. 겨우 6시 ... 아마 시차에 관계없이 내 몸은 한국에서 새벽 5-6시에 자서 12시쯤에 깨어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저런 메시지를 확인하고 시간을 보낸다. 지영이 누나는 샌드위치와 바나나 주스를 준비해 놓고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규동이형 ... 12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규동이형 친구를 기다린다. 한국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제 맛을 못 느꼈던 스파케티를 맛있게 먹었다.
테라스에서의 길고 긴 이야기 ... 여름 낮이 점점 더워진다.
4시 반쯤 ... 에펠탑으로 향한다. 에펠탑이 바라보이는 공원을 지나 에펠탑을 가로 질렀다. 사람이 많다. 다리를 건너 사이요 성으로 갔다. 성앞에는 물대포와 같은 분수가 있다. 젠장 물대포.
성을 지나 로터리의 한 식당에서 연어 스테이크를 먹었다. 역시 주문은 힘들다. 현지 주민이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규동형 친구와 헤어지고 우린 퐁피두 센터에서 히치코크 전시회와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극장에서 규동형이 아는 두명의 유학생을 만났다. 역시 아는 여자가 많다. 이들은 간만에 만난터라 광장 근처의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 영화이야기 ... 이런 저런 이야기 ... 시간은 11시 반을 지난다.
집은 12시 되어서야 ...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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