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취하게 마셔본 뒤 소주에 대한 첫 느낌은 달다였다. 고등학생때 형에게 이 말을 했더니 소주가 달다고? 하며 반색을 한다. 대학생이던 형은 술에 대해서는 주량에서나 빈도에서나 학교에서 꽤나 알아 주던 사람이었다. 그 반색의 의미를 나도 대학생이 되어서야 알게되었다.

아스파탐인지 사카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소주의 단맛에 뒤따르는 맛은 쓰디 씀이다. 삶처럼 달고 쓰다. 술을 모르던 시절에는 단맛을 먼저 기억하게 되듯이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머리통이 커지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소주의 단맛보다 더 쓰디씀이 있음을 그리고 술을 마시고 난 뒤에는 몸이 축난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된다.

내가 25도에서 소주를 시작했지만 20대 초반으로 내려가 이제는 19도 심지어 16도짜리 소주까지 등장했다. 도수가 낮아지면서 목넘김이 좋아지고 마시는 부담도 덜어졌다. 이전과 같은 취기를 느끼려면 더 많은 양을 들이키게 된다. 낮아지는 도수와 함께 소주를 마시면서 단맛과 함께 했던 쓴맛은 사라졌다. 화이트 초콜릿은 밋밋하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어야 초콜릿이다. 인생에 단맛만 있다면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재미가 덜할 터이다. 소주는 달고 써야 제맛이다.


소주 반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난 술 마신 뒤 벌게진 내 얼굴을 타는 고구마라 일컫곤 했다. 그래도 술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소주 한 병을 버티고 마셨다. 술을 마시면 는다고 한다. 이제는 빨리 마셔도 소주 한 병 거뜬하다.

직장 생활에서 지친 한주를 마감할 때 곧잘 겹살에 소주를 곁들였다. 그런 생활이 자연스러웠다. 오죽했으면 회식에 삼겹살을 먹게 되면 다들 불평을 해댔다. 삼겹살은 식사가 아니라 언제나 소주와 함께 먹는 무엇이었다. 아직 삼겹살 먹을 때 밥을 먹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제 오늘 너무 삼겹살에 소주가 그리웠다. 회사를 쉰 지 조금 되었다. 일상의 영역에 벗어나 보니 과거의 일상이 그리워진 탓일까? 조만간 꼭 칼칼해진 목을 소주로 씻어야겠다. 물론 안주는 삼겹살이다. 쉰 김치를 굽는다면 더 제격일 터. -- [J] 2006-12-03 16:35:36
powered by MoniWiki Powered by FreeBSD DNS Powered by DNSEver.com
last modified 2006-12-03 16:37:34
Processing time 0.0591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