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와 마녀
출근할 시간에 MBC에서 "성녀와 마녀"를 아침드라마로 방영한다. 소설은 1960년도에 출간되었다. 박경리 첫 (유일한) 연애 소설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이 소설은 60년대 시대의 남녀와 가족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순종적인 하란은 성녀에 비견되고 형숙은 천성적인 요부이자 악녀(마녀)로 그려진다. 그 사이에서 가족제도와 사랑/욕망에 갈등하는 수영.
60년대 시대는 여성에게 하란과 같은 순종적인 여성을 칭송했다. 40여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은, 현실에 안주하는 하란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이 주목받고 있다. 소설은 한 가정의 가장을 파멸로 몰아 넣는 형숙을 마녀라 몰아세우지만 21세기 드라마 속에서는 하란은 우유부단하게만 그려진다.
드라마는 소설을 현시대에 맞게 개작했지만, 소설과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각 시대는 너무가 시간적 거리가 너무가 크다.
소설을 읽고 나서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사브리나와 줄리아 오몬드의 사브리나를 보는 것처럼 너무나 큰 괴리감을 느낀다. 각 여주인공은 파리로 여행을 간다. 오드리 헷번은 꾸르동 블루로, 줄리아 오몬드는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러 가는 시대적 유연함이 있다.
20여회에 끝나야할 드라마는 소설속에 등장하지 않는 각종 인물이 핵심 주제의 문제의식을 희석시키는 쓸데없는 에피소드를 양산하면서 지지부진하게 늘어진다. 이 시대 시청자라면, 드라마의 내용전개 방식과 주인공의 행위만으로 본다면 개성강하고 능력있는 마녀 - 이 시대에는 더 이상 마녀라고 하기 힘들지만 - 형숙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드라마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마뭇 궁금해진다. -- JongYeob 2004-02-23 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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