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床)
다리를 접으면 공간을 적게 차지해서 보관하기 좋다. 다리를 펼쳐 상판위에 올리는 것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밥을 놓으면 밥상이 되고 책을 놓으면 책상이 된다. 어머니에게는 미싱을 놓아 언제 어디서든 넉넉하게 입을 수 있는 다목적 합바지를 만들어주시는 작업대가 된다. 스케치북, 색연필, 색종이, 칼 그리고 가위가 있으면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방안에 상(판)이 놓이고 식사가 올라오면 그 방은 식당이 되고 책이 놓으면 공부방이 된다. 식사를 하고 판을 치우고 이불을 깔면 아늑한 침실이 된다. 나는 붙박이식 책상과 침배보다 좁은 공간을 다목적 용도로 쓸 수 있는 상과 이불이 좋다.
집에 넓직한 책상이 있지만 난 마루에 상을 펴고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올려서 일하는 걸 즐긴다.
집에 낡아 모서리에 테이프로 땜질한 상이 있다. 1학년을 마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사촌형에게 집들이 선물로 받았다. 그 위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고 토론을 했다. 이따금이었지만 시험공부도 하고. 새것이 있지만 버리지 못한다.
한가로운 오후인데 상을 펴서 공부나 해 볼까나. -- [J] 2007-01-06 04:1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