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사입어도 일년된 듯한 옷 십년을 입어도 일년된 듯한 옷"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조금 안 된 고삼 수험 시절에 내 방문에 걸려있던, [http]트래드클럽이라는 의류업체 달력에 씌여 있던 광고 카피이다. 난 그 달력을 무척 좋아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 달력은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트 버그만이 주연한 [http]카사블랑카의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그때까지 영화를 본 적도 없었고 영화 내용이나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그렇지만, 특히 무표정한 표정속에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던 남자 주인공의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그맘때 사촌누나들이 의류업체에 다니고 있어서 그 달력을 갖게 되었지 않나 싶다.

달력을 좋아했던 이유와 함께 '막 사입어도 일년된 듯한 옷'이란 말과 '십년을 입어도 일년된 듯한 옷'이란 문구도 좋아했다. 내가 절실하게 원하는 옷을 표현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 옷을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 몸에 맞는 옷을 구하기 싶지 않는데다 새 옷에 적응되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난 패션을 떠나 내 몸에 편한 옷만 즐겨 입는 편이다. 또한 웬만해서는 옷을 잘 안 떨어지게 입는다. 그러니 일년 입을 만큼 편하고 십년이 지나도 멀쩡한 옷은 나를 위한 옷이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형과 내게 옷을 사 주실 때 좀 차별을 두신다. 형은 옷을 좀 험하게 입는 편이다. 비싼 옷을 사 줘도 금새 헌 옷처럼 만들어 버린다. 반면에 나는 몇 년을 입어도 옷 상태가 멀쩡하다. 그래서 어머니는 형에게는 저렴한 옷 여러 벌을 내게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브랜드나 품질이 좋은 옷 소량을 사주신다.

지금 내 옷장에는 광고 카피처럼 10년이 넘게 멀쩡한 옷이 수두룩하다. 속옷이냐 티셔츠류를 빼면 적어도 5년이 넘는 옷이 태반이다. 버버리와 겨울용 코트는 1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졸업전에 부모님이 큰 돈을 주고 졸업/입학 기념으로 사주신 점퍼는 손목과 등뒤 니트부분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멀쩡하다. 15년 넘은 양모 폴라티는 아직도 처음 산 모양 그대로 있다. 패션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내 몸에 맞는 오래된 옷들을 좋아한다. 십여년이 훌쩍 넘어도 일년 입은 듯한 그 옷들을.

사람 또한 그러하다. -- JongYeob 2006-10-28 1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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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6-10-28 1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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