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할 때면 회사에서 밥을 먹는다. 찬거리는 장만해도 밥을 자주 해 먹지 않으니 냉장고에서 오래 묵다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주말에 밥을 직접 해 먹느니 밖에서 사 먹는 게 싸게 친다.

집 앞에 자주 가는 음식점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추어탕집이고 다른 곳은 바지락 칼국수집이다. 원기 회복이 필요할 때면 추어탕을 먹는다.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거나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면 칼국수집에 간다. 이 집에는 보리밥 비빔밥이 있어서 곡기가 필요할 때에 자주 들리게 된다.

몇 해를 두고 먹다보니 주인 아주머니들과 잘 알게 되었다.

추어탕집은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온다. 국물이 진하다 보니 두 번에 걸쳐 밥을 덜어 말아 먹으면 나중에는 국물이 뻑뻑해 진다. 그래서 주문할 때 "국물을 많이 주세요"하는 말을 덧붙였더니 얼마 뒤로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당연히 국물이 가득한 추어탕 한 그릇이 나온다.

칼국수집에서는 칼국수건 비빔밥이건 주문을 하면 덤이 따라 나온다.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주문할 때마다 주방에다 "많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칼국수에 수제비가 더 들어 가거나 비빔밥에 반찬이 한둘 더 딸려 온다. 보리밥을 먹고 있으면 쌀밥을 더 얹어 줄까 하고 묻고 더 먹으라고 보챈다. 매번 많이 못 먹는다고 사양을 하지만 아주머니는 못내 아쉬운지 권하기만 한다.

음식점에 가면 느긋하게 기다리며 가게에 있는 신문을 보며 밥을 먹는다. 볼 신문이 없으면 가방에 든 책을 꺼내서 읽기도 한다. 늘 그렇게 밥먹으니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짬짬히 일을 거드는 주인집 딸래미가 내게 주문을 받더니 카운터에 가서 신문을 가져와 넌지시 건넨다.

며칠전에는 야참겸해서 칼국수집에 들러 만두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일하는 조선족 아주머니는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권한다. 밥을 사먹고 있고 집에 김치 따위가 없는지 뻔히 알고 있는 터라 만두에 김치까지 포장해서 준다.

혼자 있을 때, 밥을 챙겨 먹는 건 내게 곤욕이다. 남들처럼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지 않으니 식사를 많이 할 필요을 못 느낀다. 인스턴트를 가끔 먹지만 그런 음식만으로는 아무리 적게 먹는 나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때때로 안 먹고 사는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머물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밥먹으로 나서는 일은 귀찮다. 그래도 일단 밖을 나서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고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어 그나마 먹는 즐거움이 있다.

-- [J] 2006-12-15 05:56:30

어떻게 지내?
안그래도 어제 오빠생각이 나던데. -- witch
powered by MoniWiki Powered by FreeBSD DNS Powered by DNSEver.com
last modified 2006-12-15 23:47:38
Processing time 0.0350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