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꿈 속의 세 여자 - 2002/09/19 #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따금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세 명의 여자를 만났다.
꿈 속에 등장하는 세 여자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양한 내 욕망이 만들어 낸, 꿈에서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이 글은 길고 짧은 시간 동안 내 꿈 속에 존재했던 여자들에 대한 기억이다.

#


1 #


1st D. 1994년 그뭄 그리고 이듬해 그리고 길고 긴 꿈


그녀는 내가 겪어 보지 못했던, (첫)사랑의 환희와 육체의 향연을 일깨워 주었다.


한없는 육체를 향한 탐닉은 그녀의 고통을 수반했다. 에피큐로스의 쾌락의 역설일지도.

난 아직도 알 수 없다. 자궁속에 조금씩 자라고 있는 염증인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정신적 방황인지.

몽정

땀내가 뒤섞인 비릿한 기억만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이따금 떠오를 뿐 ... .


꿈 2. 2001년, 빛으로 넘쳐나던 여름 아침 #


그녀의 꿈 #


육체의 에너지는 오래전에 소진되었다. 깡으로 버텼지만 그 기력도 다 고갈되었다.
현실에서 벗어 나고자 이 곳 빠리로 날라 오지 않았던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찬 하얀 방. 넓다란 방 한 구석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다.
꼿꼿이 앉아 있기마저 힘들어 비스듬히 눕듯이 있다.

나는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설핏 느끼고 가늘게 눈을 뜬다. 밝은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그녀는 방 한켠에서 조용 조용히 한걸음 한걸음씩 내게 다가오고 있다.

빛에 적응되었는지, 그녀가 가까이 올수록 내 눈은 조금씩 더 커져간다.

아마 날개를 달고 저 창문으로 날아 왔을지도 몰라, 하며 동화같은 상상에 피식 속으로 웃는다.

내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내 얼굴을 은근히 바라본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담고 있다. 조금 더 밝게 웃으며 내 빰을 어루만진다. 아 부드러운 손길.
그녀의 작은 손은 거츨한 내 뺨을 타고 내려와 턱에서 멈춘다.
엄지손가락이 매말라 있는 내 입술에서 멈춘다.
무엇을 확인하려는 듯 엄지로 매말라 있는 내 입술을 좌우로 만져 본다.

그녀의 얼굴이 내게로 다가와 입맞춤을 해 준다.

서울보다 경도가 낮은 빠리에는 해가 일찍 뜬다.
창문으로 눈이 시릴 정도의 햇살이 내 얼굴을 내려 오고 있었다.


꿈 3. 2002년, 스산한 바람이 겨울이 머지 않았음을 말해주던 늦가을 밤 #


나를 밝게 만들어 주는 ...

내 머리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나를 유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했던 은은한 아로마 향기 ...


현실 #


현실 1 : 2000년 생일을 앞 둔 어느 날 새벽 #


문득 찬 새벽에 깨어 내 옆자리를 더듬었을 때, 그녀는 없다.
그녀의 온기를 사라진 지 오래이고 그녀의 체취는 희미하다.

내 육신을 가두고자 집안 곳곳에 쳐 놓았던 실들이, 어린애들 잠자리채에 틑어져 나간 거미줄 마냥 힘없이 늘어져 있다.


현실 2 #


꿈에 나타난 보답으로 그녀에서 선물할 향수를 하나 샀다. 향수 포장 속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은 엽서를 하나 넣었다. 로뎅 박물관에서 구입한 양각의 하얀 엽서이다. 그 엽서에는 로뎅의 작품 'Kiss'가 새겨져 있다.

샘플로 손목에 뿌린 향수를 맡으며 밝게 웃을 그녀의 얼굴을 그려 본다.

현실 3 #


2002년, 스산한 바람이 겨울이 머지 않았음을 말해주던 늦가을 밤

I can't falling in love

현명한 사람들은 말한다, 바보들만 사랑에 빠진다고.

이 노래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나비 #


아직도 기억한다. 꿈 속에서 맡았던 세 향기를 ...

꿈에서 깨어난 내 주위에 그들은 없다.
꿈에서 내게 육체의 쾌락과, 영혼의 안식과, 유쾌함을 주었던 그들은 꿈과 함께 사라졌고 깨어 있는 현실에서는 다가갈 수 없다.

현실 욕망이 꿈이란 형태로,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현실화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이승)이라는 중간계에 내가 존재하 듯, 꿈이란 중간계에서 그녀들이 존재한다. 꿈에 있던 그녀들은 현실의 그녀들과 다른 존재일 수 있다.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는 나는 동일한 존재이지만 - 변형된 형태이지만 - 나는 동일하다.

꿈 속에 그녀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앞으로도 계속.

현실과 꿈에 각각있는 ...

top

Comments #


이 글을 읽고 느낌을 자유롭게 써 주세요. Write your feeling after reading this.

top

powered by MoniWiki Powered by FreeBSD DNS Powered by DNSEver.com
last modified 2003-01-22 15:19:48
Processing time 0.1017 sec